【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과학이 어떤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현대의학에서는 암의 원인을 ‘원인불명’으로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 답변을 회피한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암의 원인을 복합 혹은 다중요인에 의한 질환으로 보며, 생활습관의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병의 하나로 규정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암의 원인이라고 하는 다중요인들은 무엇일까? 대체로 심인으로 대변되는 마음의 문제와 밥상으로 대변되는 영양물질의 문제, 에너지 효율로 대변되는 운동의 문제, 그리고 환경의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암 발생 원인 중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심인, 즉 마음의 문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암=마음의 병
혹자는 암을 ‘마음의 병’으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 전문가들의 임상보고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뷰해 본 결과 거의 대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암 진단 이전에 충격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나 강도는 모두 다르다. “나 스트레스 받았어.”라고 했을 때 그 스트레스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잘 설명하지는 못한다. 학술적으로 스트레스는 통상 “예측할 수 없는 강력한 자극으로 인해서 감정의 긴장 상태를 불러일으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배우자의 사망 또는 외도, 가족의 사망, 실직, 교통사고, 질병, 사업실패 등 그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
이렇게 큰 사건사고 말고도 우리는 일상의 소소한 일로 인해서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화병이 될 수 있으니 그 화병이 바로 암일 수 있는 것이다.
기분이 나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그것도 병적 상태로 바뀔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감정, 스트레스의 심인성 요소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뒤틀리게 만드는 스트레스
면역학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분노·슬픔·공포·두려움·좌절 등의 감정으로 대변되는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이나 티록신, 코르티솔 등의 호르몬을 생성한다는 데 있다. 이들 호르몬은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이긴 하지만 면역력을 감소시켜 암세포 등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의 몸은 여러 가지 형태로 반응하게 된다. 불면증, 식욕부진, 피로, 손 떨림, 위장장애, 설사, 변비 등의 생리적 반응과 분노, 불안, 무기력, 우울증, 적개심, 좌절, 공포, 초조 등의 심리적 반응 등이 그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분노와 슬픔 등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염기서열인 유전자가 뒤틀리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꼬이거나 찌그러진 유전자는 정상세포를 생산해 내는 본래의 기능을 잃게 돼 결과적으로 암세포 증식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좋은 사람’의 함정
심리적 스트레스와 암과의 상관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분노와 슬픔, 절망에 이르게 되면 ▶중추신경계,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 등에 생리적 이상 증상을 초래해 결국 암세포를 생성시키거나 증식을 돕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를 역으로 설명하면 ▶심리적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서 ▶기쁨과 희망, 기대에 찬 생활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기관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고 ▶이로 인해서 암 발생이 억제되거나 발생한 암의 축소로 이어지는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
미국에서 7년 연속 베스트셀러가 된 <울타리(boundaries)>라는 책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의 선에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울타리란 자아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울타리를 치고 살고 있다. 그 누구도 침범하기를 원하지 않는 자기만의 삶의 울타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 울타리를 넘어 자꾸만 자신의 삶을 침범하려 한다. 여기에 대처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안 돼요. 절대 들어올 수 없어요.”라고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고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자신의 삶을 침범하더라도 방관하는 유형이 그것이다.
문제의 유형은 후자다. 암 환자는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보면 ‘좋은 사람’에 속할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나쁜 사람’이 된다. 싫은 것을 싫다고 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가 그것이 쌓여 화병이 되는데 이것이 암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키려면 건강한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울타리는 너무 높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낮아서 누구나 들어가게 해서도 안 된다. 쳐다는 볼 수 있어도 마음대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분명히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병의 치유와 악화를 결정하는 건 ‘내 마음’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마음의 힘을 경험한 바 있다. 빈민 구제에 일생을 바친 헌신적인 성녀의 모습이 담긴 영화를 보여줬더니 면역력이 상승하였다. 그 성녀는 마더 테레사였고, 그 놀라운 효과에 대해서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 명명되었다.
우리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레몬을 입에 넣고 깨무는 상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증상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짓 웃음으로도 실제 즐거워서 웃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웃음치료가 암 환자에게 활용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또 하나의 이론이 위약, 즉 플라시보 효과다. 가짜 약을 처방하면서 진짜 약이라 속여 약의 효과가 나타날 때를 우리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얘기한다. 이것도 마음이 약의 효과를 결정한 케이스다. 이런 케이스는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암 치유에 있어서 마음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연구에 의하면 42% 정도라고 하지만 50% 정도라고 보고 싶다. 마음과 물질의 비중이 반반이라는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쳤을 경우 완전한 암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마음, 즉 심리적인 상태가 얼마나 중요한 치유의 한 축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분노·슬픔을 포함한 감정선 어떻게 정리할까?
암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서는 심리적인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고, 희망적이며, 웃어야 하고, 늘 긍정적으로 사고해야 하며, 마음챙김으로 항상 심리적인 평온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연히 실천이 따라야 한다. ‘스트레스는 쓰레기통에나 갖다 버려.’라고 생각하는 것이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과 ‘잘 될 거야.’라는 기대감, 그리고 ‘암은 반드시 소멸 돼.’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으로는 명상, 호흡, 요가, 최면, 심리치료 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면 하버드의대 허버트 벤슨 박사의 초월명상(TM)이나 존 카밧진 박사의 불교명상(MBSR-마음챙김명상법) 등이 있다. 심리적인 문제 개선 효과가 뛰어나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암 치유 전문가인 칼 사이몬튼 박사의 심상유도법은 상상이미지요법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몸속의 NK세포가 암세포를 잡아먹는 장면을 연상함으로써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개인적인 목표치를 정해두고 훈련할 때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아론 벡 박사의 인지치료법은 우울과 불안 같은 다양한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이 방법은 현재 환자의 생각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인식시키고, 보다 긍정적이고 객관적인 생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딘 오니시 박사는 약이나 수술 없이 생활방식이나 습관을 바꾸기만 해도 심각한 심장질환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프로그램은 ▶지방 섭취 10% 제한하기 ▶금연 ▶흥분제 사용금지 ▶요가 ▶명상 ▶호흡훈련 ▶심상법 ▶걷기 등을 포함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암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적용해보지 않았지만 충분히 생활관리 방법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분노·슬픔 해소 못하면 암 치유도 ‘요원’
사실 우리는 여러 실험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가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심신의학 치유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곳이 거의 없어 암 환자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혼자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최근에 심리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인지, 일부 암 요양원에서는 심신의학 관련 프로그램을 포함한 암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해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물질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마음이 무너지면 물질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심리적인 쓰레기들을 마음에 한가득 안고 물질로만 암을 치료하려 하는 것은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암 치유의 선행조건은 엉킨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분노와 슬픔 등 마음의 병을 가지고서는 몸의 병을 절대로 치료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