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도움말 |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권정혜 교수】
얼마 전 아내를 질투하는 어머니 때문에 맘 고생을 하던 아들이 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 사람 모두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이 사건은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사회와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고부갈등. 과연 고부갈등은 왜 사라지지 않는지, 해결책은 있는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권정혜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부부갈등에서 약 10∼2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고부갈등. 고부갈등이란 통상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에 생기는 갈등을 일컫는 말이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존재해 왔던 고부갈등 문제는 예전에는 며느리가 인내하고 참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아직 표면에 드러난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만 고부갈등으로 인해 이혼하는 부부가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
고부갈등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대립대상이 시어머니에서 시아버지, 시누이, 심지어는 남편으로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권정혜 교수는 “고부갈등은 필연적으로 시댁식구 전체와의 갈등을 야기합니다. 이것이 고부 갈등이 부부문제로 발전하는 소지를 만드는 것이지요.”라고 설명한다.
고부갈등, 시댁 전체와의 대립으로 발전
고부갈등은 표면상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 대립이 문제이다. 그러나 문제를 파고 들어가 보면 대부분 시댁 식구 전체하고의 갈등 문제가 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심지어 이 대립 대상에는 남편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다. 때문에 고부갈등 문제가 부부의 이혼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고부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생각하기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성격이 맞지 않아서’, ‘시어머니의 성격이 괴팍해서’, ‘며느리가 못돼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들과는 달리 “고부갈등의 원인은 우리 전통 문화의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권정혜 교수는 말한다.
권 교수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후에도 정신적·경제적으로 부모에게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통 결혼의 의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결혼관으로 미루어봤을 때 결혼이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며, 시집간 여자는 그 집안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결혼이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결합이 우선이다. 따라서 생활의 중심 역시 부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시댁식구 특히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혼 문제로 인해 이혼까지 이른다는 것은 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거의 유일무이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문제지요. 이 모든 것이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라고 권정혜 교수는 설명한다.
‘독립’만이 해결책
고부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신적·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녀가 아무리 독립을 하려고 해도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가 아무리 성인이 되어도 ‘내 자식’이라는 개념으로 자녀를 바라본다. 권정혜 교수는 “외국에서는 18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경제적·정신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정신적 의지의 대상이 되어주고, 경제적 보류가 되어줍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자녀를 키울 때 부모의 무조건적인 희생도 고부갈등 문제를 유발한다. 부모는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를 대신해 이루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키울 때 많은 헌신과 투자와 애정을 기울였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해서 쉽게 독립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방 배우자나 배우자의 가족들에게 가지게 되는 숨은 기대와 피해의식 또한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소가 된다.
권 교수는 “결혼이라는 것은 사랑으로 맺어진 한 커플이 서로의 차이점을 조정하고, 친밀하면서도 성숙한 인간 관계를 이루어 서로에게 맞추어 가는 과정입니다. 이는 어렵고도 힘든 과정이며 부부가 주축이 되어 이끌어 나가야 하는 과정입니다.”라고 말하고 “이런 문제에 배우자의 가족이 끼어드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부가 완전한 독립을 이루어야만 합니다.”라고 권 교수는 강조한다.
고부갈등 해결책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한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내 가족, 네 가족으로 나누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내 가족, 네 가족이라는 개념은 부부사이에 무의미하다. 부부에게 있어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대상은 서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모도 자식을 독립시켜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 대화를 많이 한다.
결혼 기간이 늘어날수록 대화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화 없이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고부갈등이나 배우자 식구와의 갈등이 생긴다면 부부끼리 대화를 많이 해서 풀도록 노력한다.
삶의 중심을 부부로 맞추도록 한다.
아직도 살아가는 데 중심을 시부모로 맞추고 살아가는 부부가 많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자. 부부간에 큰일이 있거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대다수 시부모가 내린 결론을 따른다. 이는 엄연히 삶의 중심이 부부에게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가정의 중심은 부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한다.
숨은 기대를 갖지 않는다.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는 물론 시댁식구들에게도 은근한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다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게 되면 갈등이 발생한다. 그 갈등의 대상은 남편이나 시어머니에서 시가 전체로 발전할 수 있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숨은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문제를 자신의 피해의식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문제가 생기면 흔히 속으로만 꿍해서 자꾸 문제를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는 피해의식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피해의식으로 인해 점차 발전된 문제는 종국에는 괴물이 되어 가정을 파탄내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을 넓게 편안하게 다스리도록 한다.
“미운 사람은 예쁜 짓을 해도 밉고 예쁜 사람은 미운 짓을 해도 예뻐 보인다”는 말이 있다. 갈등 대상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는냐에 따라 그 사람이 달라 보인다. 마음을 넓게 편안하게 다스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 보는 것도 고부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