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도움말 | 김안과병원 안과전문의 이호경 교수】
흔히 나이가 들면 세상이 멀어진다고들 이야기한다. 젊었을 때처럼 잘 들리지도, 잘 말하지도, 잘 보이지도 않게 되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자꾸만 침침해져 가는 눈은 ‘나도 늙었군’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소시적 아무리 건강을 자부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같은 현상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에도 예방법은 있는 법. 노인성 시력감퇴 늦추는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나이가 들면 신체의 노화 현상으로 인해 각종 노인성 질환이 생기게 된다. 눈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60세 이상이 되면 각종 안질환으로 인해 시력이 점점 감퇴되기 시작한다.
노인성 시력감퇴
노인성 시력감퇴는 우선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단순 노화 현상으로 인해 신경이 약해지고, 기력이 약해지듯 세포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어 시력이 나빠지는 것이다. 세포의 노화로 인해 시력이 감퇴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이 생길 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각종 안질환에 의해 시력이 나빠진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된다. 노인의 시력을 감퇴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에는 노인성 백내장, 노인성 녹내장, 노인성 황반변성 등이 있다.
▶ 백내장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인 백내장은 50세가 넘으면서 점차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감퇴를 유발한다. 백내장은 단순 노화 현상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눈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보통 65세 이상 노년층의 60∼70%에서 나타날 만큼 흔한 질병이다.
▶ 녹내장
녹내장이 노인의 시력을 감퇴시키거나 실명시키는 주요인이 될 수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차 사멸되면서 실명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물론 녹내장이 노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40세 이상의 성인 100명 중 약 3.3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따라서 40∼60세는 최소 2년에 1번, 60세 이상 노인들은 1년에 1번 정도 안과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 황반변성
새로운 노인성 안질환으로 떠오른 황반변성도 노인의 시력을 감퇴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황반변성은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실명 원인의 1위를 차지할 만큼 빈번하다. 황반변성은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이 퇴행성 변화를 거치면서 시력을 저하시킨다. 주로 중심시력만 침범하기 때문에 완전한 시력상실이 드물기는 하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대부분 노인층에서 발생된다.
건양대학교 김안과병원 이호경 교수는 “노인의 시력을 감퇴시키는 요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단순 노화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암 등 각종 질병의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노년 우울증과 시력감퇴
노인성 시력감퇴에 있어서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울증이다. 보통의 노인성 질환들이 그러하듯이 시력감퇴 역시 우울증을 야기한다.
사람은 귀도 잘 들리고 눈도 잘 보여야 유쾌해진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사물이 침침하고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문화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마저 힘들어진다면 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위축감이 우울증을 야기한다.
이때 노화현상에 의해 시력감퇴와 우울증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실의에 빠져 우울증과 시력감퇴의 악순환이 생기기도 한다.
이호경 교수에 따르면 “시력은 청력 등의 다른 부분들과 달리 심리상태, 정신상태, 건강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때로는 이와 반대로 우울증이 시력감퇴를 유발하기도 한다. 얼마 전 우울증이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을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실시한 이 연구는 황반변성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33%의 환자가 우울증이 없는 다른 환자들에 비해 시력이 더 저하되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호경 박사는 “이 같은 심리적 요인 외에도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많은 약물들이 눈을 건조하게 하고 정신을 가라앉게 함으로써 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시력감퇴 늦추는 방법 없나?
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시력감퇴와 각종 안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시력감퇴를 막는 것은 사실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노화 현상을 막는 것은 인류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이다. 또한 백내장이나 녹내장과 같은 안질환은 아직 근본적인 예방이나 완치시킬 치료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예방과 조기발견이 중요한 것이다. 아직 근본적인 예방법이 없는 백내장은 백내장의 발생과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인들을 피하는데 주력하고,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므로 예방과 정기검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황반변성 역시 시력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호경 교수는 “시력감퇴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시력의 노화현상이나 안질환으로 인한 시력감퇴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시력을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호경 교수가 추천하는 시력 감퇴 예방법
▶눈도 다른 신체들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도록 한다.
▶몸의 건강도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항상 체크한다.
▶흡연은 백내장과 지속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므로 금연한다.
▶자외선은 각막뿐만 아니라 눈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해 안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장시간의 노출은 피하도록 한다.
▶항상 즐겁고 명랑하며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불면증으로도 시력 저하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한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합병증으로 시력이 감퇴될 수 있으므로 미리 관리하고 주의한다.
▶지나치게 많은 약을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비타민도 과도하게 복용하면 과다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류를 많이 섭취한다.
▶시력 저하로 인해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다른 부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