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암진단 전문의 김형일 의학박사】
장 교수는 늘 A급이었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다른 교수들은 B급 판정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늘 ‘정상’이라고 하여 다른 교수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금년에는 자꾸만 짜증이 나고 머리에 열이 있고 불안하여 얼른 종합검진을 받았다. 자신의 걱정은 기우였는지 판정은 역시 ‘정상’이라고 나왔다.
하지만 미열이 계속되고, 몸이 많이 무겁고, 가끔 잇몸에서 피가 나오고 목이 아팠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동창이었던 K원장을 찾아갔다. 그는 장 교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다보았다.
K는 장 교수에게 여러 가지를 묻고, 또 그의 증상을 잘 들으며, 여기저기를 만져보고 눌러보고 두드려 보았다. K는 장 교수의 혈액을 작은 유리 슬라이드 위에 바른 후 시약을 떨어뜨리고 한참 조작하여 오랫동안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그가 너무 진지하여, 잠깐의 침묵이 하루처럼 너무 길고 숨이 막혔다. 진단은 ‘골수성 백혈병’이라 하였다. 좋은 약이 많아 쉽게 치료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였으나, 장 교수는 어이가 없고 너무나 화가 났다.
“나, 엊그제 종합검진에서 A급 판정을 받았어!”
“응, 그래도 마찬가지야. 거기엔 이런 검사항목이 없었으니까.”
“뭐!? 그렇게도 죽을 힘을 다해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이런 간편한 검사도 안 했단 말이야?”
“안한 것이 아니라, 그 종합검진은 서류에 기재되어 있는 항목만 검사하는 것이거든.”
더 큰 대학병원에 가서 백혈병검사를 하였더니 똑같은 진단이 나왔다. 이럴 수가!
장 교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항의하였으나, 그 책임은 아무에게도 없었고, 책임질 의사도 병원도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할까?
종합검진 A급은 무용지물?
사람들은 적정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큰 병원에서 비싼 검사를 받으면 최고인 줄로 안다. 또한 그런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곧 ‘신체 전체에 아무 이상도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상 그것은 실시된 검사항목 내에서만 이상이 없다는 뜻이지, 검진자의 신체 내에 아무런 질병도 없다는 뜻은 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답은 의외로 단순 명료하다. 자기의 증상을 속속들이 잘 들어주는 의사, 검진 결과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의사, 비싼 기계가 아닌 인간적인 대화가 통하는 전문의가 추천하는 검진이야말로 가장 값싸고 가장 필요하고 가장 정확한 것이다.
아무리 첨단과학과 컴퓨터 만능시대일지라도 기계가 모든 질병을 찾아낼 수는 없다. 오직 전문가의 눈으로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질병이 더 많다. 예를 들면, 병원균을 배양하여 이것이 무슨 균인가 하는 것은 인간의 눈으로 가장 잘 식별해 낼 수 있다. 백혈병이나 세균이나 성병이나 AIDS나 또는 당뇨병이나 혈우병이나, 수많은 성인병들은 모두 MRI로 찍어낼 수 없는 질병이 대부분이다.
또한 똑같은 검진과 치료를 하는 데도 거대종합병원의 비용은 몇 배씩 더 비싼 경우도 많다. 큰 병원일수록 수많은 검사를 거침없이 해댄다. 그것이 진정 환자를 위한 것인지, 의사를 위한 것인지, 병원을 위한 것인지, 뭣 때문에 검사를 하는 것인지 설명조차도 안 해준다. 이렇게 큰 비용으로 큰 검사를 힘들게 해봐서 큰 병이 있으면 용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미세한 병이 있다면 거의 찾아낼 수가 없다. 그것은 아직도 인간의 손과 눈, 관심과 인정, 지식과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문의: “살만하면 암에 걸린다” 저자 ‘서울메디칼 랩’www.Seoulml.co.kr/전화: 02-3453-0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