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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의 건강칼럼] AIDS·성병·바이러스…?

2007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새봄호 152p

【건강다이제스트 | 암진단전문의 김형일 의학박사】

잉그릿드 버그만과 함께 열연한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록허드슨은 모든 여성들의 연인이 되고 만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상대로 제임스딘과 경쟁을 벌인 ‘자이언트’에서 그는 또다시 모든 자유인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처럼 흠집하나 없게 생긴 미남이, 도대체 무엇이 부족하여 50대에 AIDS로 떠나가야 했는지, 지금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천재들은 삶을 하직하는 순간까지도 종종 세상을 놀라게 한다. 여성 애찬가였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마네, 모네, 루벤스 등이 성병에 걸리게 되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으나, 유명한 여성 혐오가였던 데카르트와 쇼펜하우어, 스피노자, 볼테르까지 성병에 걸려 단명하였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성병에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천재 차이코프스키는 콜레라에 걸려 절명하였고, 마케도니아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은 말라리아로 세계대제국이 무산되었다. 지금도 문학소녀들의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요절 시인 이상과 김소월은 결핵에 걸렸었고, 한하운은 문둥(한센)병으로 죽어갔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에서는 병원균에 걸려 사망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게 되었다. 1776년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창시와,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이후, 이제 사람들은 치명적인 감염성 질환에서 비켜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항생제에 잘 들지 않는 문둥병이나 AIDS처럼 그것에 대한 예방주사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걸리면 불구자가 되거나 죽어야 하는 전염병들이 많이 있다.

왜 그런 건 예방주사를 못 만들어 낼까?

이런 세균들은 인체 내에서의 번식은 가능한 반면, 다른 일반 병원균처럼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배양시킬 수가 없으므로, 예방주사를 만들 만한 균주 재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예방주사가 엄연히 있는 데도 병에 걸려 시일을 오래 끌다가 결국 암에 걸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B형 간염이다. 그것을 오래 앓게 되면 간경화와 간암에 걸릴 수밖에 없다. 간암뿐만 아니라, 위암이나 자궁암, 기관지 폐암, 대장암 등도 우선 병원균에 오래 노출되어 염증이 지속되는 경우에서 대부분 암으로 변이되고 있다.

AIDS 역시 처음에 감염증 형태이다가 나중에는 육종암으로 변형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큰 암 덩어리를 이루기 전에는 아무리 비싼 CT나 MRI 촬영을 해 보아도 보일 리 만무하다.

인체 내에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그들 자신의 대사산물이나 노폐물이나 흔적과 기미(scent)를 혈액 속으로 방출하게 됨으로써 면역혈청학 검진을 통하여 원인세균과 바이러스의 실체를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체는 그들 병원체(항원)에 대항하는 면역반응(항체)을 나타냄으로써 바로 그 항원과 항체를 추출하여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도 온 세상 병원균을 다 박멸할 방법은 없다. 아니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병원균에 더 약한 존재로 전락되어가고 있다. 몸 속으로 병원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겠으나, 자신도 모르게 침입되는 병원균까지를 얼른 알아보는 일은 쉽지 않다. 몸이 이상할 때 요란하고 비싸고 유명한 검사에 매달리기보다는, 조용하고 편안하고 섬세한 검사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의사가 더 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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