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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사랑할 때… 미워할 때… 내 몸 건강지수

2007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정열호 140p

【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정신과 김어수 전공의】

우리는 지금까지 정신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많은 사례를 목격해왔다.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 역시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사실로 입증되었고, 강한 정신력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종종 아픈 사람을 낫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할 때 내 몸 건강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지금도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하거나 미워하고 있는 우리들의 건강지수에 대해 살펴보자.

정신과 신체 건강, 그 오묘한 신비

신체 건강이라는 것은 결국 몸의 여러 기능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 강조하는 ‘음양의 조화’가 정확한 표현이다. 체온이 너무 낮아도 좋지 않고 너무 높아도 좋지 않고, 식욕이 너무 높아도 문제고 식욕이 없어도 문제가 된다. 면역이 너무 약하면 감염이 잘 생기고, 너무 오버하면 자가 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등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여러 가지 몸의 균형 즉, ‘음양의 조화’를 담당하는 기관은 어디일까? 여러 가지 기능의 정도를 조절하고 명령하는 곳, 바로 뇌의 시상하부이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정신과 김어수 전공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연히 믿고 있는 ‘감정 상태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증명된 사실입니다. 균형 기능의 이상은 대부분의 성인병과 암을 포함한 심각한 질병으로 귀결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뇌하수체에서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는 신생아가 어머니 젖을 힘주어 빨 때에도 분비되는 물질이다. 원래는 젖이 잘 나오도록 하는 기능을 하지만 이 호르몬으로 인해 해산의 통증이 감소하고, 헌신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아기를 돌보게 된다.

또한 사랑에 빠지면,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줄어든다. 세로토닌의 활성이 뇌에서 줄어들면 같은 생각을 강박적으로 반복해서 하게 되기도 하고,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프기도 하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계속 사랑에 배고파하는 모습과 어딘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에 대한 연구는 앞서의 연구들보다 훨씬 더 실제적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순간적으로 우리의 몸은 싸울 태세를 갖추게 된다. 화가 나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때 우리의 몸은 에너지를 쉽게 쓸 수 있는 즉, 불씨만 던지면 확 타버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김어수 전공의는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혈압이 오르게 됩니다. 심장의 혈관을 수축하여 협심증이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만성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더 심각하다. 이럴 때 뇌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라는 의미로 코티졸을 비롯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 대처 호르몬은 대부분 단기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계속해서 이런 호르몬이 분비되다 보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약해진다.

김어수 전공의는 “만성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느라 속을 썩이고 있으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기능이 약해지고, 그러다 보면 감기도 잘 걸리고, 심각하게는 우연치 않게 생긴 한두 개의 암세포를 면역세포들이 죽이지 못해 결국 암 발생률도 높아지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만성적인 분노가 있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는 보고가 많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으로의 사망이 높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감정 조절이 필수

좋은 감정이건 나쁜 감정이건 실제로 모두 감정을 분출한다면 그로 인한 여파가 더욱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우리의 인간관계를 어지럽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러므로 ‘절제’와 ‘자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절제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참고, 표현할 때는 현실적으로 안전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다른 건설적인 방법으로 돌려서 표현하는 것이다.

반면에 ‘억압’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감정을 인식하는 것조차 차단하는 것이다.

김어수 전공의는 “억압을 하는 경우는 스스로가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을 통해 우리의 뇌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고, 앞서 말한 스트레스 호르몬들의 노출로 인해 우울증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참지 않고 항상 화를 분출한다고 해도, 그럴 때마다 과다하게 분출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화를 내도 문제고, 내지 않아도 문제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절제라는 말은 단순히 ‘적당히 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커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즉 같은 일을 당해도 한발자국 떨어져서 더 편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며, 자신이 분노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성숙한 방어기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억압’과 ‘분출’은 모두 건강의 적이다. 절제의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런 것이 더 힘들다고 느껴지지만 결국 훈련이 되고 나면, 인자하고 편안하면서도 솔직 담백한, 긍정적인 성격과 육체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 김어수 전공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상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최대한 비극적으로)

▶충분히 알지 못하고 내가 대응했을 때, 오히려 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현명하고 자제력 있는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기대한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성숙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내가 화가 나고 미워하게 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내 속내도 잘 들여다보면 치사한 구석이 있다.)

▶미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는 상대를 불쌍히 여긴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무조건 30분간 명상을 한다. (주체 못할 정도의 화가 났을 때 효과적이다.)

김어수 전공의는 “정신건강의 핵심은 결국 자기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에 있습니다. 사랑은 에너지도 많이 들고 때로는 지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를 건강하게 하고 아름답게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라고 충고한다.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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