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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희망가] 생소한 병 루푸스 극복한 김윤정 씨 희망가

2007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정열호 126p

【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병을 낫게 했어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고맙게 느끼기란 참 어렵다. 사람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사는 게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나에게 주어진 하루의 삶을 늘 고맙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현재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루이사)’에서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윤정 씨(39)가 바로 그렇다. 지난 20년 동안 듣기만 해도 생소한 병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해온 그녀는 지금 너무 건강해진 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고맙기만 하다고 말한다. 건강한 모습인 지금이 되기까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루푸스는 정말 갑자기 찾아왔다. 1986년 고등학교 1학년 김윤정 씨는 다른 또래 친구들과 다를 바 없이 파릇파릇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입시에 대한 압박감이 그녀를 괴롭히면서 잦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이 나면서 두통까지 동반한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감기야 약 먹으면 금방 나을 거라는 생각에 병원에는 가볼 생각도 안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감기가 도통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계속 감기를 앓던 어느 날 아침,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밀려왔다. 그때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심장이 심하게 조여오면서 도저히 숨을 쉴 수 없는 거예요. 어머니께서 심장병이 있었던지라 유전돼서 저 역시 심장에 이상이 생긴 줄로만 알았죠. 그래서 병원으로 바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감기도 심장병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처음 담당의사의 진단을 들었을 때는 무슨 얘기를 하나 싶었단다. 힘없이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빛을 가만히 살펴보던 의사는 아마도 루푸스인 것 같다며 입을 떼었다. 루푸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리둥절해 있은 그녀에게 담당의사는 그래도 확실히 하기 위해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하루 자고 그 다음날 검사에 들어가자마자 병이 갑자기 급진전되었던 그녀는 결국 산소 호흡기를 끼고 중환자실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힘들었던 지난 날

지난 20여 년 동안 그녀는 병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루푸스라는 병이 원체 그랬다.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과 집을 왔다갔다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다시 좋아지면 집에 오고를 반복하며 살았던 하루하루. 고비도 참 많이 넘겼다고 한다.

“살 수 있는 가망성이 50% 정도였어요. 심하면 산소 호흡기를 꼽고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을 정도였죠. 의사 선생님은 그 당시 어머니를 따로 부르셔서 제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고 해요.”

특별한 원인은 없었다. 유전적인 것도 아니었고 그때 그녀를 괴롭히던 것은 스트레스뿐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루푸스가 발병한 거라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병에 걸렸던 86년만 해도 루푸스라는 병은 의사들에게도 매우 희귀한 병이라 진단이 쉽지 않았다. 정말 실력 있는 의사가 아니면 한 번에 병을 발견하기 어려워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병을 악화시키는 환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운이 좋았다. 루푸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사가 한 번에 그녀의 병을 진단했던 것이다. 루푸스라는 병이 청천병력 같이 내 인생에 떨어졌지만 그때만큼은 운이 참 좋았다고 말하는 그녀. 4년 전, 그때의 행운이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찾아왔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병을 낫게 하다!

그녀가 약을 끊기 시작한 것은 달콤한 신혼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였다. ‘69년생 모임’이라는 인터넷카페에서 처음 만나 인연이 되어 1년 열애 끝에 결국 결혼에 성공한 그녀는, 남편과의 결혼을 시점으로 점점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으면서부터 점점 건강이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약을 서서히 끊다가 4년 전에는 완전히 끊게 되었죠. 남편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20년 간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수많은 치료를 받았던 탓에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남편은 그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또한 아프다고 과보호를 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마음을 늘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루푸스 환자들은 그 부모나 배우자가 환자를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는 데, 이것은 오히려 더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어떤 특별한 것을 먹거나, 음식 섭취를 가렸냐고 물으니 절대 그렇지 않단다. 본인이 먹을 수 있는 한도에서 골고루 가리지 않고 전부 먹었다. 먹고 싶은 데 못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그냥 먹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었다고 한다.

다른 루푸스 환자 중에서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먹을 것을 가리다가 실제로 더 안 좋아진 경우도 있었다고.

그렇다면 그녀의 병이 호전되게 한 결정적인 김윤정 씨만의 특별한 치료제는 무엇이었을까? 늘 곁에서 힘을 주었던 남편도 있지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가장 큰 치료제인 것 같다고 한다.

“내가 루푸스에 걸린 사실은 피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니 지금 상황을 즐기는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해요. 절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내가 ‘이 병을 반드시 이겨야겠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안 나을 수 있는 병이 없지 않을까요?”

지금은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3개월에 한 번씩 의사에게 진단을 받으러 병원을 찾는다. 그녀는 대부분 약을 끊게 되면 검사조차 안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병이 악화되어 죽음까지 이를 수도 있으니 검사는 꼭 빠지지 않고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루푸스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

겨울만 되면 추위 탓에 순환이 안 돼서 손끝이 파래지고, 햇빛을 보면 병이 악화되어 외출조차 쉽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회상하던 김윤정 씨는 이제 거의 그런 증상이 없어져 얼마나 하루 하루가 행복한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매일매일 1시간 이상은 걷는 것이 좋다며 걷기운동을 추천한다. 그런 그녀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루푸스라는 병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것이 많더라구요. 루푸스가 에이즈처럼 전염이 되는 병이라고 알고 있는 데 전혀 아닙니다. 또 유전일 때도 있지만 무조건 유전으로 걸리는 병은 아니에요. 저 역시 집안에 루푸스 환자가 아무도 없거든요.”

또한 병으로 인해 조금 불편할 따름이고, 병원신세를 가끔 져야 한다는 것만 빼면 특별히 일상생활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녀 역시 결혼 전까지 직장생활을 활발히 했다. 또한 결혼을 전혀 못한다고도 생각하는데,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고 잘 사는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사람들의 오해와 잘못된 시선이 환자들을 더 아프게 만든다고 말하는 김윤정 씨.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차가운 시선을 거두어달라고 말하는 그녀가 계속 긍정적인 사고와 건강함을 잃지 않고 쭉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

☞ 루푸스란?

루푸스는 우리 몸 면역계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면역성 질환이다.

비슷한 자가면역질환이면서도 류마티스 관절염은 주된 공격목표가 관절인 반면, 루푸스는 우리 몸 어느 부위 공격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면역기능에 왜 이상이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질적인 요인과 바이러스 등의 환경적인 요인, 여성 호르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열이 나며 두통이 있고 관절이나 근육이 쑤시고 아프면서 피로감을 느껴 종종 감기나 단순 관절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또 체중이 줄어들고 머리카락이 잘 빠지면서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커지기도 한다.

좀더 확실한 루푸스의 증상들로는 입안이 자주 헐고, 얼굴의 붉은 반점, 햇빛 노출 후 발진, 추위에 노출된 후 손가락이 창백해지는 증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전에는 아주 위험한 병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치료법의 발달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이제는 잘 조절될 수 있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면역계에 이상이 생긴 병이기 때문에 면역조절제를 포함한 내과적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특히 최근에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루푸스의 발생기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매우 효과적인 주사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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