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조용필 교수】
많은 이가 아프지 않으면 흔히 착각한다. ‘나는 건강하구나!’ 또는 ‘나는 강골이구나!’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우리 몸은 병이 생기면 즉각 신호를 보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혈관이 대표적인 후자다.
우리 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병이 생기기도 하고 그냥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병이 생기기도 한다. 혈관질환이 대표적인 후자다.
우리가 걸리는 병 중에는 여러 번 걸려도 생명에는 지장 없는 병이 있고 한 번만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병이 있다. 혈관이 막히고 터지는 참사가 대표적인 후자다.
빙빙 돌려 말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혈관 건강에 대한 관심과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생~ 막히거나 터지지 않고 혈액을 쌩쌩 돌게 할 혈관력(力) 높이는 생활 속 실천법을 소개한다.
좁아져도 증상 없는 혈관
길기도 참 길다. 동맥, 정맥, 모세혈관을 모두 포함한 우리 몸 혈관의 길이는 무려 10만km 정도로 지구를 2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혈관이 길기만 했으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몸에 닿지 않는 곳이 없는 혈관 속에서는 지금도 쌩쌩 혈액이 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조용필 교수는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혈관, 특히 동맥이 좁아지면 여러 장기의 기능이 감소되고 하지는 통증으로 걷는 일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혈관이 좁아지면 막히고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 심?뇌혈관질환인 심근경색, 뇌졸중은 심장혈관이 막히고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긴다.
동맥을 병들게 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라고 하는 죽상동맥경화증이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동맥 안에 콜레스테롤로 이뤄진 죽상판(플라크)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죽상판이 혈관 내벽에 붙으면 동맥이 좁아진다. 쉽게 말해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서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높아진 상태다.
죽상동맥경화증 유발해 혈관 망치는 주범들
죽상동맥경화증은 증상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평소에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죽상동맥경화증을 발생, 악화시키는 주범인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증가, 고혈압, 당뇨병, 흡연을 열심히 관리하고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증가 : 죽상동맥경화증 초기 단계에 발생하는 동맥 내에 죽상판을 만드는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로부터 유래된다. 조용필 교수는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고 지방이 체내에 흡수되어 발생하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라고 말한다.
② 고혈압 : 고혈압은 높은 압력으로 동맥 내벽을 꾸준히 자극하고 손상을 줘서 죽상동맥경화증을 진행시킨다.
미국에서 혈압이 높았던 사람과 혈압이 정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부검을 시행한 연구가 있었다. 이 연구에서 혈압이 높은 사람은 사망 원인과 관계없이 혈압이 높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대동맥, 관상동맥, 뇌동맥 등 모든 동맥에서 더 심하고 광범위한 죽상동맥경화증이 발생한 것이 밝혀졌다.
③ 당뇨병 : 당뇨병일 때는 물론이고 증상이 없는 고혈당이어도 관상동맥, 뇌동맥, 말초동맥에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④ 흡연 : 흡연을 통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혈중 일산화탄소의 증가가 동맥 내벽에 손상을 줘서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을 더 달라붙게 만든다. 이뿐 아니라 흡연은 당뇨병, 고혈압과도 연관이 있다. 흡연하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린다.
조용필 교수는 “아직 죽상동맥경화증의 발생을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앞의 4가지 위험인자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깨끗한 혈관으로~ 혈관력 쑥쑥 높이는 생활습관
1계명 :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자!
우리 식생활이 서구화될수록 질병의 발생률과 사망 원인 등도 점점 서구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서구는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다. 지방이 많은 육류 위주의 식사, 튀긴 음식, 패스트푸드 섭취부터 줄여보자.
2계명 : 짜지 않게 먹자!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어느새 맵고 짠 음식이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소금 섭취를 한꺼번에 줄이기 어려우면 서서히 조절해보자.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이다.
3계명 : 금연한다!
백해무익 담배는 혈관에도 백해무익이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금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담배를 꼭, 빨리 끊자.
4계명 : 적당히 운동하자!
흡연이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조절, 혈압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 운동은 그 반대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내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나를 위한 시간에 규칙적인 운동시간을 꼭 넣자.
5계명 : 표준 체중을 만들자!
과체중이나 비만인 몸도 혈관 건강에는 매우 해롭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표준체중으로 돌려보자. 일부러 움직일 일을 만드는 등 신체활동을 늘리는 노력도 같이 해보자.
6계명 : 정기검진을 통해 혈관을 관리하자!
조용필 교수는 “4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라면 정기적인 종합검진을 통해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가 되는 당뇨병, 고혈압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깨끗한 혈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검사를 통해 자신의 혈관 문제를 알았다면 관리를 미루지 말자. 증상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아도 꾸준히 혈관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조용필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말초혈관질환센터 소장이며 혈관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도입을 선도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경동맥질환(뇌졸중), 동맥경화증, 당뇨성 족부질환, 동정맥루, 정맥류, 임파질환, 정맥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